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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미래를 누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by 성북동 도호 2021. 6. 30.

블록체인의 미래를 누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은 '자산의 인터넷'입니다. 개인 간에 서로 믿을 만한 방식으로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입니다. 가령 '신라호텔'이라는 중앙화 된 시스템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개인 간 신뢰할 만한 숙박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것처럼 개인 간 거래에 신뢰를 더해주는 기술입니다. 지금은 창작자가 콘텐츠를 만들면 창작자보다 중간 유통업자들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갑니다. 소비자에게 그것을 알리고 전한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직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면 창작자는 돈을 더 많이 벌고 소비자는 좀 덜 지불해도 되는 세상이 가능해지니까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무척 아름다운 기술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그저 정교하게 엮어 놓았기에 구축하기가 어렵지 않고, 사용할 경우 얻게 되는 경제적 혜택이 명확하며, 금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블록체인 편이 아닙니다. 혁명의 태동기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암호화페는 결국 사라질 것이며, ICO(암호화폐 공개 / Initial Coin Offering)를 한 회사들은 대부분 망할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밝지만, 우리가 투자한 코인들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기술은 창대하겠지만, 우리가 투자한 ICO 회사가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겁니다. 지금 우리는 블록체인 역사가 시작되는 소용돌이에 이제 막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하며, 5~10년 후에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꾸려질 것입니다. 그것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아직은 '헬조선의 탈출구'가 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정부와 은행, 카드회사는 막강한 중앙통제권을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유통업체들은 개인 간 거래를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블록체인을 위협이라고 여기겠죠? 탈중앙화 된 세상을 두려워하며, 그런 산업이 성장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작자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소비자는 더 적은 돈으로 그것을 즐기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익명성을 통해 사생활은 보호하되 투명하게 데이터를 공유해야 합니다. 모든 창작과정과 거래 과정이 정교하게 추적되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화폐, 주식, 자산, 상품,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으나 아직 아무것도 아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할까요? 1780년대 영국 맨체스터에서처럼, 1990년대 말 인터넷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대한민국에서처럼, 우리는 혁명의 여명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로 혁명이긴 한 건지, 혁명이라면 결국 성공한 혁명이 될지 답을 모르는 시기 말입니다. 엄청난 녀석이 나타났다는 직감은 어렴풋이 있으나, 아직 뭐가 될지 확신할 수 없는 기술 앞에서요.

 

다만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생각을 완전히 다른 프레임에서 바라 볼 기회를 선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것, 즉 화폐, 금융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선한 의지로 통제하고 관리 해야지 개인에게 맡겨두어서는 위험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블록체인은 그 질문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놓습니다. '지금처럼 국가가 화폐와 금융에 관한 모든 통제권을 온전히 독점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것이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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