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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

걷기에 대하여

by 성북동 도호 2021. 7. 9.

걷기에 대하여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털어낸다.

그는 걷기를 통해서 경건함, 겸허함, 인내를 배운다.

- le breton, <걷기예찬>

 

 

걷기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내 몸과 정신을 보살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이 비워지고 주변을 살피게 됩니다. 분주한 일상에서는 솔직히 하기 힘든 경험이죠. 당장 시간을 내서 밖으로 나가보면 어떨까요?! 도심 속 공원이나 골목도 좋고 산이나 숲을 걷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진정한 위대한 생각은 걷는 중에 탄생한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에 말에 저는 많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개인적인 사유의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정동을 시작으로 덕수궁의 돌담길을 따라 이화여고를 지나서 옛 배화여고 터까지의 길을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옛 개화기에 대사관들이 들어선 터라 그런지 아직도 외교관저와 대사관저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동길의 아름다운 돌담들과 돌길을 따라 걸을 때마다 저는 제 모든 오감을 집중합니다. 계절이 주는 냄새, 소리, 바람이 스쳐가는 느낌, 차분한 회벽에 등져 있는 초록빛 나뭇잎 등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리곤 하는 제 말초 신경들을 일깨우죠. 이런 오감에 집중할 때만큼은 '마음의 번뇌'가 들어설 곳이 없습니다. 그런 평온함이 깨지지 않게 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걸었을 때 행복했던 추억들을 조심스레 소환합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이죠.

이런 평온한 느낌을 햇살과 함께 흠뻑 받으며 제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나 아이디어들을 사색하기 시작합니다. 제 마음의 평온함이 제 생각의 도량마저 넉넉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과 맞닥 드리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찰나에 내가 가져온 문제들은 대체로 명쾌하게 정리가 되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은 풍성한 영감을 받곤 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정동제일교회 앞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교회 회당으로 가는 계단에 앉아 차분한 마음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 후 옛 배화여고 터까지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제 오감을 정리하고 다시 왔던 길로 천천히 돌아갑니다.

 

걷기는 한 편의 움직이는 좌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바쁜 와중에서 걷기는 이동 그 자체이겠죠.

하지만 이유 있는 걷기는 우리의 오감을 깨워주고,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해 주며, 우리의 사고를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햇살이 따가운 계절이지만, 걷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본인이 좋아하는 길을 걸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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