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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잡학 - 역사, 건축, 문화 etc.

나에 아버지의 사랑법

by 성북동 도호 2021. 6. 9.

나에 아버지의 사랑법

 

저희 어머니의 기일(忌日)이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의 기일이 되면 생각나는 '제 사적인 얘기'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저희 어머님은 봄이 되면 화단을 예쁘게 단장하는 게 취미셨습니다. 꽃도 심고 나무들 거름도 주시고.

그 중에서 어머니가 제일 아끼셨던 게 저희 집에서 아주 오래된 '목련나무'였습니다. 꽃이 피는 봄이 되면, 가곡 '목련화'를 흥얼거리시며 목련꽃을 예찬하셨죠.

 

저희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십니다. 말수도 없으시고, 애정표현도 전혀 없는...그냥 가부장적인 분.

 

제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 저희 부모님은 부부로서 사랑이란 걸 모르고 사시는 듯한? 그냥 자식들 키우며 사시는 그런 분들이셨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초등학교 6학년 초에 폐암으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리고 공원묘지에 안장되셨죠.

그 후 저희는 이사를 가게 되었고, 어머니와 살던 집은 재건축 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49제가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와 저희 형제들은 어머니 산소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 산소에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던 저희 앞마당에 있던 바로 그 '목련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옛집 앞마당에 있던 실제 목련나무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당신의 맘을 이 한 구루의 '목련나무'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어머니의 산소를 가시면 "홍성희가 가장 좋아하던 낭구 아이가!" 하십니다.

 

사랑이란 건 이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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